계약직 무단퇴사 다음 날, 내가 다시 면접관의 의자에 앉아 느낀 것들

“저, 내일부터 안 나옵니다.”
한마디 말과 함께 책상을 비운 계약직 직원의 빈자리. 그로 인한 인원 공백을 메우기 위해 나는 다시 면접관의 의자에 앉았다.

밀려드는 업무 속에서 들이켜는 씁쓸한 커피 한 모금처럼, 머릿속에는 하나의 질문이 맴돌았다.

‘우리는 지금 여기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


물론 내가 직접 뽑은 직원은 아니었다. 서류 전형 단계에서 바쁜 지점 경험이 있다는 이력을 보고 통과시켰던 기억은 난다. 하지만 업무 능력보다 중요한 건 결국 ‘태도’와 ‘인성’이었다.

그 직원이 악인이어서가 아니다. 평소에는 무난하다가도, 고객 응대 과정에서 압박을 받으면 날 선 본색이 드러나곤 했다. 목소리를 높이는 고객에게 무표정하게 던지던 한마디.

“그럼 제가 여기서 더 이상 뭘 도와드려야 되죠?”

불만 민원이 쌓여가고, 개인적인 사정이 겹쳐 도망치듯 그만두고 싶었을 마음을 전혀 이해 못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힘들다’는 이유로 당일 통보 후 잠적하는 행위는 나이를 불문하고 무책임의 극치다. 조직에서 함께 일할 수 없는 0순위는 능력이 부족한 사람이 아니라, 책임감이 없는 사람이다.

1. “내일부터 안 나옵니다” 예고 없는 당일 퇴사가 남긴 씁쓸함

사직서를 던진 날, 상사는 그를 따로 불러 “힘든 것을 이해하니 하루 쉬면서 다시 생각해 보라”며 붙잡았다. 솔직히 옆에서 지켜보는 내 마음은 편치 않았다.
기존에 성실하게 일하던 직원이 번아웃으로 흔들린다면 리더로서 붙잡는 게 맞다. 하지만 이미 수차례 민원을 유발하며 조직에 리스크를 안기던 직원을 유예기간까지 주며 붙잡는 것은 악수(惡手)다. 다행히(?) 그 직원은 상사의 배려를 무시한 채 다음 날 출근하지 않았다.
퇴사 통보 당일 늦은 밤까지 남아 짐을 싹 비웠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을 때, 일말의 씁쓸함이 밀려왔다. 최소한의 작별 인사조차 생략한 뒷모습. “어차피 다시 안 볼 사람들인데 상관없다”고 생각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좁은 업계에서 평판 조회(Reference Check) 한 번이면 그의 커리어는 마침표를 찍게 된다. 무책임하게 던진 부메랑은 반드시 자신에게 돌아온다.

2. 3개월 계약직이라는 시한부, 누군가에게는 ‘도망’ 누군가에게는 ‘기회’

은행 계약직의 세계는 다양하다. 지점 상황이나 출산휴가 대체(TO)에 따라 최대 2년까지 근무하기도 하고, 단 3개월만 일하는 단기 계약도 존재한다. 기간의 길고 짧음이 계약의 무게를 바꿀 순 없다. 사인을 했다면, 그 기간만큼은 약속을 이행하는 것이 근로자의 최소한의 직업윤리다.
그가 무책임하게 비우고 간 한 자리를 메우기 위해 공고를 올렸다. 결과는 놀라웠다. 지원자가 무려 20명을 넘어섰다. 불과 몇 달 전 같은 자리에 서류가 5건 남짓 들어왔던 것과 비교하면, 현재의 고용 한파와 구직 시장의 절박함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 누군가에게는 힘들다고 던져버린 ‘도망의 자리’였지만,
  • 누군가에게는 간절히 바랐던 ‘기회의 무대’였다.
    계약직으로서의 성실한 경력은 향후 금융권 정규직 채용이나 연장 계약에서 강력한 무기가 된다. 이 기회의 가치를 깨닫지 못하고 중간에 도망친 것은, 스스로 금융권 커리어의 문을 닫아버린 선포와 다름없다.

3. 다시 마주한 지원자들: 좋은 직원을 알아보는 면접관의 무거워진 눈빛

채용 시장에도 확실히 ‘타이밍’이 존재한다. 상반기 공채가 마무리되고 대학생들의 방학이 맞물린 시기여서인지, 이번 면접장에는 쟁쟁한 실력자들이 가득했다. 다른 시기에 지원했다면 무조건 합격했을 인재들이 단 하나의 자리를 두고 경쟁하는 모습을 보니 면접관으로서 어깨가 무거웠다.
이번 면접에서 나의 기준은 단호했다. 과거 경험이나 업무 스펙이 화려하다고 해서 쉽게 점수를 주지 않았다. 내가 주목한 것은 오직 ‘인상’과 ‘인성’이었다.
관상학자는 아니지만, 질문에 답할 때의 미소와 눈빛을 보며 ‘이 지원자가 까다로운 창구 고객 앞에 앉았을 때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를 끊임없이 시뮬레이션했다. 지나친 발랄함이나 과장된 긍정보다는, 어떤 상황에서도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는 ‘단단한 내면’이 필요했다. 말이 통하지 않아 답답한 순간에도 화를 누르고 친절함을 유지할 수 있는 사람.
잘못된 채용이 조직에 주는 피로감을 뼈저리게 느꼈기에, 이번만큼은 실수를 반복할 수 없었다. 면접관의 의자가 그 어느 때보다 무겁게 느껴진 하루였다.

💡 에이전트 이안의 Insight (인사이트 3가지)

  1. 지속 가능한 커리어는 ‘평판’이라는 자산에서 나온다
    당장 눈앞의 사람들을 안 볼 생각으로 무단퇴사를 감행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특히 금융권이나 전문 직종일수록 업계는 좁다. 마지막 뒷모습을 아름답게 마무리하는 것 자체가 본인의 가장 강력한 커리어 포트폴리오임을 명심해야 한다.
  2. 리스크가 된 직원을 붙잡는 것은 리더의 배려가 아닌 ‘나태’다
    조직에 반복적으로 불협화음을 내고 민원을 유발하는 직원이 퇴사 의사를 밝혔을 때, 정에 이끌려 붙잡는 것은 금물이다. 리더는 나가는 사람에 대한 미련보다 남아있는 조직원들의 피로도와 업무 효율을 먼저 계산하는 냉철함을 가져야 한다.
  3. 시장의 결핍을 읽는 자가 기회를 잡는다
    취업 시장의 불황 속에서도 누군가는 자리를 걷어차고, 누군가는 그 자리를 잡기 위해 밤을 새운다. 면접관이 채용 시장에서 진짜 보고 싶어 하는 것은 화려한 스펙이 아니라, ‘이 자리가 나에게 얼마나 소중한 기회인가’를 태도로 증명해내는 단단한 책임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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